피곤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구내염. 밥 먹을 때마다 따갑고, 양치질할 때는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고통스럽습니다. 특히 맵고 짠 음식을 즐기는 한국인에게 구내염은 삶의 질을 수직 하락시키는 주범입니다.
약국에 가서 "구내염 약 주세요"라고 하면 약사님이 되묻습니다.
"바르는 거 드릴까요, 붙이는 거 드릴까요, 아니면 먹는 거 드릴까요?"
이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예전에는 그저 지지는 약 하나면 끝이었는데, 요즘은 종류가 너무 다양해졌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단순히 '유명한 약'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입안 상황에 딱 맞는 약을 고르는 기준과 약사들이 추천하는 최신 트렌드, 그리고 빨리 낫는 실전 노하우를 꼼꼼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이 글 하나면 약국에서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습니다.
목차
1. 지지는 고통, 효과는 확실? 액상형 치료제의 진실

구내염 약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알보칠. 바르는 순간 탭댄스를 추게 만든다는 악명 높은 약입니다. 이 약의 주성분은 '폴리크레줄렌'입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강한 산성 성분으로 염증이 생긴 부위를 화학적으로 화상 입혀(지져서) 괴사시키는 방식입니다.
염증 조직을 탈락시키고 새로운 살이 돋아나게 만드는 것인데, 사실 이 과정이 굉장히 빠르고 효과적입니다. 통증은 끔찍하지만, 한두 번의 고통만 참으면 며칠 앓을 것을 하루 이틀 만에 끝낼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최근 치과 의사나 약사들은 이 약을 너무 남용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궤양의 크기가 너무 크거나 깊은 경우, 오히려 정상 조직까지 손상시켜 회복을 더디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좁쌀만 한 크기의 초기 구내염에는 특효약이지만, 1cm 이상 커진 궤양에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바를 때는 면봉에 찍어 정확히 환부에만 콕 찍어 바르고, 침이 닿지 않게 잠시 말려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2. 자고 일어났더니 사라졌다? 연고와 패치형의 장단점
화끈거리는 통증이 싫다면 선택지는 연고나 패치입니다.
스테로이드 연고 (오라메디, 페리덱스 등)
가장 흔하게 쓰이는 연고류의 주성분은 '트리암시놀론' 같은 스테로이드입니다. 염증 반응 자체를 억제하여 붓기와 통증을 줄여줍니다.
많은 분들이 연고를 바를 때 실수하는 것이 있습니다. 침이 고인 상태에서 연고를 문질러 바르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연고가 겉돌아 금방 먹게 됩니다. 올바른 사용법은 거즈나 휴지로 환부의 침을 살짝 닦아낸 뒤, 면봉으로 연고를 듬뿍 떠서 환부를 덮어주듯이 얹는 것입니다. 문지르지 말고 덮어준다는 느낌으로 발라야 보호막이 형성됩니다. 자기 전에 바르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붙이는 패치 (아프타치 등)
연고의 끈적임과 이물감이 싫다면 패치형이 좋습니다. 알약처럼 생긴 패치를 환부에 붙이면, 수분을 흡수해 젤리처럼 변하며 상처를 보호합니다. 물리적인 차단막을 형성하므로 매운 음식을 먹거나 말을 할 때 통증이 훨씬 덜합니다. 다만, 혀나 입술 안쪽처럼 움직임이 많은 부위는 잘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가격대는 연고보다 비싸지만, 낮 시간에 활동할 때는 패치형이 훨씬 쾌적합니다.
3. 입안 전체가 헐었을 때, 가글형 치료제의 재발견
피곤하면 입안 여기저기에 다발성으로 구내염이 생기는 분들이 있습니다. 일일이 약을 바르기도 힘들고, 목구멍 근처 깊숙한 곳에 생기면 손이 닿지도 않습니다. 이때는 가글형 치료제가 구세주입니다.
'아피니트'나 '탄툼' 같은 제품들이 대표적인데, 이들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성분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먹는 진통제를 가글 형태로 만든 것입니다. 입안을 헹구면 성분이 점막에 흡수되어 염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줄여줍니다.
특히 편도염이나 인후염으로 목이 따가울 때도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습니다. 알보칠처럼 극적인 치료 효과보다는, 전반적인 통증 완화와 염증 억제에 목적이 있습니다. 교정 중이라 약 바르기가 힘든 분들에게도 강력히 추천합니다.
4. 헤르페스성 구내염에는 절대 스테로이드를 쓰면 안 되는 이유
이 부분이 오늘 글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일 수 있습니다. 모든 구내염이 똑같은 것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피곤해서 생기는 하얗고 둥근 궤양(아프타성 구내염)에는 앞서 말한 스테로이드 연고가 잘 듣습니다. 하지만 입술 주위나 입안에 자잘한 물집(수포)이 잡히는 '헤르페스성 구내염'은 바이러스 감염입니다.
⚠️ 중요 체크포인트
바이러스가 원인인 곳에 면역을 억제하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바이러스가 급격히 번식하여 증상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물집이 보인다면 절대 오라메디 같은 연고를 쓰지 말고, '아시클로버' 성분의 항바이러스제를 발라야 합니다. 약국에서 약을 살 때 "그냥 입안이 헐었어요"라고 하지 말고, "물집이 잡혔어요" 혹은 "하얗게 파였어요"라고 구체적으로 증상을 설명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5. 바르는 것만으론 부족해, 먹는 약과 영양 요법
반복되는 구내염은 내 몸이 보내는 "살려달라"는 신호입니다. 바르는 약은 급한 불을 끄는 소방수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약국에서 구내염 약을 살 때, 고함량 비타민 B군을 함께 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의학적 근거가 있습니다. 구내염은 비타민 B2(리보플라빈), B6, B12가 부족할 때 자주 발생합니다. 특히 비타민 B2는 점막 재생에 필수적인 영양소입니다.
최근에는 '리보테인'처럼 구내염 전용으로 나온 먹는 약도 인기가 많습니다. 비타민 B군에 염증 배출을 돕는 성분이 복합된 형태입니다. 약을 발라도 2주 이상 낫지 않거나, 한 달에 한 번 이상 재발한다면 바르는 약만 고집하지 말고 고함량 비타민 B 콤플렉스를 꾸준히 섭취해 보시길 권장합니다.
6. 요약 및 결론
구내염 약 선택, 이제 명확해지셨나요? 상황별로 정리해 드립니다.
- 빠르고 확실하게 끝내고 싶다 (고통 감수): 폴리크레줄렌 성분의 액상형
- 통증 없이 부드럽게 낫고 싶다: 스테로이드 연고
- 말을 많이 하거나 음식을 먹어야 한다: 부착형 패치
- 입안 전체가 헐었거나 목이 아프다: 가글형 소염진통제
- 물집(수포)이 보인다: 항바이러스제 (스테로이드 금지)
구내염은 누구나 겪는 흔한 질환이지만, 방치하면 베체트병이나 구강암 같은 심각한 질환의 전조 증상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2주가 지나도 낫지 않거나 같은 자리에 계속 생긴다면, 약국 약에 의존하기보다 이비인후과나 치과를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분의 입안이 하루빨리 편안해져서,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즐기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고 자료 및 출처
- 약학정보원 (KPIC) 의약품 정보 검색
-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구내염 섹션